"전화기 바테리가 다 되었나봐요"
삼성전자서비스점이 퇴계로5가 끝에 있어 교통편이 애매하기에
그래 덥더라도 오랜만에 한번 걸어보자는 심산으로 사무실을 나섭니다
건물의 그늘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끔씩 구름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충신시장을 지나 종로로 나서서 청계천을 건너며 맑은물을 한참 내려다 봅니다
장자와 혜시가 논쟁을 벌였다는 호량지상이 따로 없군요
물고기들이 유유히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허 물고기들이 참 즐겁게 노닐고 있구나!"
장자가 감탄을 하며 물고기의 즐거움을 논합니다
"아니 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바에 어찌 물고기가 즐겁게 노닌다는 것을 안단 말인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혜시는 단박에 반박하지요
"그래? 그러면 같은 논리로, 자네는 내가 아닌바에 어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 것은 자네도 아다시피 그냥 척 보는 순간 느낀 것일세 어차피 자네나 나나 물고기가 아닌바에
저 물고기가 즐겁게 노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알수가 없네 그렇지 않은가?"
장자의 주장이 옳은지 혜시의 주장이 옳은지는 모르겠습니다
둘다 틀렸는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청계천 흐르는 물에 물고기의 몸놀림은 여유롭고 한가로웠습니다
보행신호가 켜진 것도 잊고서 물고기의 유연함을 감상했어요
바테리 값이 500원이 올랐군요 전에는 7000원이었는데 7500원 내랍니다
국립의료원앞으로 골목을 통과해 다시 청계천을 건넙니다
종로6가 서점가를 지나다가 만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책방을 기웃거리고
급기야 주인에게 용 후속편이 있냐고 묻고, 뒤적뒤적 찾아내온 38편부터 42편 완결편까지 권당 1500씩 주고 샀지요
어릴적에 만화를 많이 봤다고 하였더니 좋은 만화가 나왔다며 20권짜리 만화 장길산을 내놓습니다
20000원이래요 게다가 1991년 초판본이네요 정말 귀한 책입니다
소설 장길산을 본지가 20년이 넘은 것 같고 만화에 호기심이 발동해 망설임없이 샀습니다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오는데 힘이 쪽 빠져요
후덥지근 더워서 그렇지요
틈나는 대로 만화삼매경에 푹 빠져 볼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