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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미술사박물관展

jaye syo 2007. 7. 31. 01:32

토요일의 늦퇴근에 일요일의 일정이 바뀌어 출근을 해야했습니다

꼭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 일요일은 비워 놓았었는데 말입니다

천둥번개가 우루룽 꽝꽝 날리법석이더니 전기가 끊어지고 돌풍에다 폭우가 내렸어요

대학로에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폭풍에 꺽여 길을 막아버렸구요

별일도 아닌일로 사무실에 들렀다가 간단하게 마무리 짓고 밖에 나와 잠깐 망설입니다

아 그래 시간이란게 그리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덕수궁에 가보자

마을 버스를 타고 종로5가에서 전철로 시청에 내려 대한문 매표소에 줄을 섭니다

12000원의 입장료

 

예술가의 내면에는 악마와 천사가 공존하며 신과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나 봐요

정말 잘 그린 그림을 보면 알수없는 희열이 심연에서 물안개 피어오르듯 합니다

미술관의 인파가 요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넘쳐납니다

차분하게 감상할수있는 분위기는 애당초 상실하고

사람의 틈을 가끔씩 헤집고서 나의 감관에 미적충족을 주는 작품을 골라 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한번 더 감상의 기회를 노립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번이고 어슬렁 거리지요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작품이 발타자르 데너의 - 늙은 여인 - 이였습니다

성능 좋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수준 높은 현상소에서 인화하여 걸어놓은 듯한

 

사혁이 말하는 六法에 氣韻生動 骨法用筆 應物象形 隨類賦彩 經營位置 傳移模寫라는 말중에

그림을 평가하고 품평을 하는 기준에서 기운생동을 최고의 경지에 비유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작위로 그려진 그림중에 기운생동하는 그림이 흔하리오마는

늙은 여인이라는 그림을 보며 사혁의 말에 공감을 합니다

실제로 늙은 여인의 혼이 그림속에서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도록의 설명에 '땀구멍 데너'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하였군요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견주어지기도 했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었다고도 쓰여있습니다

 

비엔나 미술사박물관 소장품중에서 64점을 골라 전시를 하였다네요

한작품 한작품 어느 것 하나 놓칠수없는 명작이 틀림없으나

인간의 심미안은 간사한 면도 없지않아 비교를 통한 우열을 가리려 눈알을 굴리게 되더군요

15~16세기 서양의 우아한 그림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미술사를 곁들여 배우지 않으면 한계를 절감합니다

온통 종교 내지는 신화의 세계를 시각화한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까닭이지요

그러나 사람의 눈으로 척 보아서

아! 기가 막히게 잘 그린 작품이로다 하는 감탄이 절로나는 작품이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으로 일요일의 차질이 보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당에 붉은 고추도 열렸어요

 익모초는 꽃을 피워 벌을 부르고요

해마다 피는 나리지만 매번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