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몸살은 아리한 밤꽃향이 원인이다
"반팔옷을 못입어요."
"왜요?"
"전철을 타면 맨살이 부대끼는데 어떻게 입어요."
아침 출근을 하면 야쿠르트 아주머니와 마주칩니다
언제부터인가 천원하던 윌이 천 백원으로 올랐어요
주머니에 백원짜리 동전이 있을 때만 지갑을 열어 윌을 한개 사지요
"아니 이 더운데 긴팔을 입고 다녀요?
몇년째 사무실에 야쿠르트를 공급하시는 분이라서 친분이 조금 쌓였다고 사소한 걱정을 합니다.
지하철 아침 출근은 야단입니다
에어컨이 찬바람을 사정없이 쏟아내도 어깨까지 내놓은 여성들은 꿈쩍도 안해요
창동에서 환승을 해야하는데 역마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밀치고 들어옵니다
어떤 때는 옴짝달싹을 할수가 없지요
이집트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다니기는 커녕 햇살이 너무 뜨거워 온종일 땅만 보고 있답니다
고흐의 그림에도 해바라기의 모습은 각양각색이구요
하루종일 꼼짝않고 자판을 두드립니다
옆에서 젊은 과장이 화면을 바꾸며 여기저기 다니다가 한마디 합니다
"해구신이 아랍에서 유래된 것이구나!"
"그래?"
"처음 약재로 아랍인이 개발했는데요.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에 전해졌다네요"
"그래서 아랍인들이 쎄구나~. 일리있는 이야기야.
아라비안 나이트를 보면 그 사람들 밤새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많거든.
해구신이 거기서 만들어 졌다니 이해가 가. 밤새 사랑을 하려면 쎄아겠지."
전철을 타고 퇴근을 합니다
도봉산역에 내리는 순간 아릿한 밤꽃향이 코를 찔러요
20여년전에 본 연극의 한장면이 스칩니다
해마다 이맘때 밤꽃이 만발하면 정처없이 여행가방을 챙기는 무대위의 농염한 여인이요
어쩌자고 밤꽃은 꼭 요때에 핀답니까?
말을 해도 될 사람인데 말을 아끼고 하지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말을 하면 그 말을 잃는다고 공자께서는 가르칩니다
얼마 전 결혼을 한 편재에게 가보지도 못하고
축하의 말조차 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없어 전전긍긍 하다가
쑥스러움을 감출양으로 쓸데없는 앞 잔소리 끝에 진심어린 축하의 사족을 붙여요
너무 늦었지만 혜량하시고
좋은 계절에 결혼을 하셨으니 잘 사시기 바랍니다
춘성의 주례사를 또 써먹습니다
"년놈이 잘 생겼구나 오늘부터 딱 달라붙어서 잘먹고 잘살아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