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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노출

jaye syo 2020. 7. 1. 23:08

7호선 출발역에서 편히 앉아

지긋이 눈을 감고 생각을 다 내려놓은 체

나름의 리듬에 흔들리는 몸둥이를

가까스로 세우지만

붐비기 일쑤인 수도권전철

옆사람과의 미세한 마찰은

하나의 또 다른 잡념의 실마리가 된다.

 

건대입구를 지나 한강이 보이기 시작하면

강변 장대한 풍경을 보려 눈을 번쩍 떠

순간 강물의 넘실거림이 아니라

오목한 배꼽이 눈앞에 있네?

길고 통통한 희멀건 허벅지를 과시하려

아주 짧은 바지를 입고

딱 달라붙는 역시 짧은 윗옷을 입어

그 사이로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좋을지 모를

후리미끈한 젊은 여자의

미묘한 배꼽이 삐져나온 것이다.

 

보기에 싱그럽고 예쁘기 그지없는

저 처자는 누구나 꼭 써야만하는 마스크까지 벗고

얼굴에 열심히 분칠하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눈에 그림을 그리네?

저렇게 살색이 고운데

뭔 개칠을 저리할까?

아 내면의 감추고 싶은 그 무엇이 있나 보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인격의 척도라는데.

 

오늘도 눈을 감은 체

7호선

제멋대로 흔들리는 리듬에 맡기고 생각을 버린다.

늙은 말이 콩을 마다하랴

세익스피어는 말하는데

제발 옷이나 좀 잘 입고 다녔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과도한 노출에서 품위는 상실된다는

평범한 상식을 부디 상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