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것이 空 ?

40대까지는 정말 숨가쁘게 살았어요.

물불 안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린 것 같아요.

아주 오랜만에

30년이나 넘게 만나지 못했던

잘 생기고 잘 나가던 친구를 만났어요.

아 많이 변했더군요.

그 옛날

인생 선배가 농처럼 하던 말이 생각나요.

50대가 되면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별차이 없어져서

그놈이 그놈 같아지고

60대가 되면

배운놈이나 못배운놈이나

그놈이 그놈이 되어가더라 하더군요.

70대는 자식이 있는 놈이나

자식이 없는 놈이나

쓸쓸한 고독감에 있어 별반 차이가 없대요.

80대가 되면

돈이 있는 놈이나 돈이 없는 놈이나 처지가 비슷하대요.

아니 차별이 없대요.

90대는 산놈이나 죽은 놈이나라나요?

그래도 40대까지는 의식의 차이가 느껴지는데

50고개가 넘어가면서 인생 별거없다는 회의가 들더라는 거예요.

웃었습니다.

싱겁잖아요.

그런데 요즘들어

그 인생 선배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슬며시 드는 겁니다.

반야심경을 다시 보니

모든 것이 공空이라는군요.

色受想行識이 다 空이래요. 

色聲香味觸法 이러한 것들이 다 空에서는 쓸데없는 것이라네요.

아 그러면 당신도 없고 나도 없는 것이 되어 버리는군요. 

다 내려놓으세요.

空이라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