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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썰기

jaye syo 2018. 4. 4. 03:20

동치미.

겨울동안의 숙성은 아마도 달콤한 가을 무우의 짭잘한 염장을 의미할 것이다.

동치미의 백미는 톡 쏘면서 알싸하고 상큼한 국물일 터인데

소금을 얼마나 풀어넣었는지 그 맛있는 국물은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했다.

한겨울이 지나고 봄이 시작되면 김장김치의 맛이 서서히 돌변하여 결국은 먹지못하게 된다.

아직 맛이 살아있을 때 채를 썰어 짠기를 꽉 짜내고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따로 보관했다가

참기름 한방울, 복음깨를 살짝 뿌려 조물조물 무쳐내면 그 맛이 과연 새롭다.


논어 향당편에 공자님은 잘게 썬 것을 좋아하셨단다.

가로 세로 약 0.5mm~1mm 크기로 아주 고르게 썰어야 씹는 느낌과 맛이 훌륭하다.

그런데 요거 은근히 집중해야 하고 시간이 좀 걸린다.

그게 흠이라면 흠이다.


꽉 짜내면 소금기가 거의 빠져나간다.

반면에 겨우내 간직했던 무우의 단맛과 영양분이 덩달아 빠져나가 좀 섭섭한 맛으로 아쉽기도 하다.

우리나라 자랑스런 주부 9단 여성분들이 보시면 웃을 일이겠지만

그래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