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그린
바그너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아도 타인에 비해 탁월한 존재임을 과시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인지 자부심이 대단하고 남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을 수치로 여길만큼 자존심이 높았다고 설명합니다.
귀족들이나 부유한 상류층의 후원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후안무치의 뻔뻔함으로 후원자들의 부인까지도 농락했다며
명망 높은 예술가들을 평가할때 작품을 중심으로 그들의 인성이 매우 훌륭할 것이라고
예단해서는 안되는 사람도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인물이 바로 바그너라고 하네요.
모두 내게 머리를 수그리고 내 명령에 따라야만 한다는 정말 황당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혁명에 적극 가담하고 이를 계기로 권력을 잡아 천하를 발아래 놓으려 했다고도 합니다.
로엔그린은 성배의 기사로써 엘자의 누명을 벗겨주려 백조가 이끄는 쪽배를 타고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엘자를 모함한 오르트루트의 남편 텔라문트를 물리치지요.
한가지 당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과 이름 그리고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로 묻지말라는 것입니다.
다급한 엘자는 당장에 굳건한 맹세를 함과 동시에 나는 물론이요 나라전체가 당신의 소유라고 선언합니다.
오르트루트는 오델로를 파멸시킨 이아고가 여자로 환생한 듯한 섬뜩한 술수로 엘자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갑니다.
로엔그린과 엘자의 화려한 결혼식을 그 유명한, 우리에게 결혼행진곡이라 알려진 신부의 노래가 연주되는 가운데 성대하게 올리고
신혼의 첫날밤 오르트루트의 저주는 엘자의 타오르는 의심으로 표출되고 맙니다.
로엔그린으로 대변되는 완벽한 남성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어쩌면 바그너 자신의 투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저 먼 인류의 조상인 이브의 흔들리는 마음이 유전으로 이어져
엘자와 오르트루트를 믿음이 부족한 나약하고 사악한 여성상으로 그린 것이 아닌가 바그너의 의도를 헤아려 봅니다.
이 땅의 모든 여성이 다 그러하다고 얕잡아보는 바그너의 속셈인지도 모르지요.
믿음이 없는 사랑은 사상누각에 비유됨은 일찌기 다 아실 거예요.
한조각 터무니없는 의심 때문에 무너지는 건실한 가족관계를 주변에서도 봅니다.
좋게 본다면 바그너의 저 콧대높은 자부심이라기보다 그 당대의 현실사회에 대한 우환이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볼수도 있어요.
하여튼 엘자의 맹세는 물거품이 되고 부부는 단 하루도 못되어 파탄나고 말아요.
평범한 부부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고 우리의 고전 중용은 강조합니다.(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其至也 察乎天地)
또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것이라고 지성인들은 귀가 따갑도록 외치지요.
바그너의 일상적 행동을 보면 사랑을 베풀기 보다는 받기만 하려는 태도로 일관한 것 같아요.
이러한 인간이 로엔그린이라는 탁월한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하네요.
믿음에 이끌려 다가가세요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으로
승리의 용기와 사랑의 보답이
하나된 두분을 축복합니다
승리한 젊은이 앞으로 나오세요
꽃다운 젊은이 앞으로 나오세요
찬란한 축제의 속삭임이 흘러나와
마음의 행복을 그대 받아요
사랑으로 꾸며진
향기로운 방으로
들어가세요
이제 찬란한 곳에 빠지세요
믿음으로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세요
사랑의 축복이 깃드는 곳으로
승리의 용기는
순수한 사랑으로
행복한 한 쌍으로
그대를 굳게 결합하노라
행복한 한 쌍으로
그대를 굳게 결합하노라
하느님이 행복한
그대들을 축복하니
우리도 그대들을
기쁜 마음으로 축복합니다
사랑의 행복이
그대들을 지켜보았으니
그대들은 이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라
..........
행복한 한 쌍으로
그대를 굳게 결합하노라
행복한 한 쌍으로 !
이 아름다운 결혼의 축가는 당시 영국의 공주가 독일로 시집을 가게 되어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심취했던 신부가
예식의 음악으로 이 노래를 연주할 것을 요구하였다나요?
그래서 그 이후 전세계 결혼식장에서 울려퍼지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엘자와 로엔그린은 이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흡족한 결혼식을 올렸으나
불과 하루만에 생이별을 하게 되고 두 사람은 .....
영국의 공주는 이 음악이 장중하게 연주되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는데
불과 삼개월만에 남편이 죽고 말았다나?
그래서 이 음악에 저주가 서렸다는 풍문이 나게 됐다나?
그 것도 모르고 바그너의 아름다운 선율에 홀려서 아직도 결혼식장에 울려퍼진다나?
그래서 이혼율도 높다나?
아무튼 로엔그린은 인간의 미묘한 감정이 가득 묻어나는 오페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