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e syo 2017. 7. 8. 23:22

어제 전철에서 습득한 우산을 들고 나섰습니다.

장마철이지만 덥군요.

코엑스는 늘 붐비는 곳인데 오늘은 더 복잡한 느낌입니다.

퀴즈노즈의 직원은 대뜸 오늘도 오페라 보러 오셨어요? 인사를 건냅니다.

모르는 사이에 단골이 된다더니 속으로 놀라며 내가 그짝이 되었구나 했어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르네 플레밍이 루살카를 연기한 오페라를 여러번 반복해서 보았으나

그녀의 열창으로 달에 부치는 노래의 가락과 대강의 줄거리만 기억날 뿐 깊은 인상은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번 루살카는 크리스틴 오폴라이스가 맡았는데 초반에 목이 풀리지 않았는지 중간박수가 전혀 없네요.

청아한 목소리에 감정을 듬뿍실어 절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불러야 맛이 살아나는 아리아 달에 부치는 노래를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해 불렀지만 매트의 청중은 냉철하군요.

르네가 불렀을 때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온데 비해 크리스틴의 노래에는 박수가 생략되는군요.

후반으로 접어들자 크리스틴의 음색이 살아나는 기세였습니다.

아 ~ 무대미술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네요.

르네는 시선이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만들어진 무대였지만

크리스틴은 배경으로 실제와 비슷한 커다란 달이 서서히 떠서 노래가 끝날때까지 무대중앙을 지나갔지요.

내 시선도 미안하게 그 달에 머룰렀습니다.

크리스틴의 노래에만 집중했더라면 환호성이 터졌을 거예요.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줄거리를 따왔다는군요.

인간에게 반한 물의 요정 루살카는 인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원하지요,

딸의 염원을 외면하지 못하고 예시바바를 찾아가 도움을 청해보라고 일러줍니다.

직전 오페라 나부코에서 페네나역을 소화한 가수가 예시바바의 역을 맡았어요.

노래도 시원스레 잘하는데다가 연기 또한 훌륭합니다.


요정은 인간의 습성을 모르고 인간은 요정의 순수한 순정을 영원히 모를 거예요.

루살카와 왕자의 사랑은 애시당초 이루어질 수 없음이었지요.

주변의 모든 이들은 루살카와 왕자를 말렸으나 둘은 요지부동입니다.

어름과 같이 차가운 루살카와 불같은 열졍의 왕자는 결국 갈라서게 됩니다.

인간의 변덕이 원인이지요.

아리따운 이웃나라의 공주의 출현은 왕자의 마음을 흔들었어요.

예시바바의 저주는 루살카의 몫이 되었습니다.


사랑은 목숨을 걸만큼 가치있는 것이라고 드보르작은 음악을 통해 우매한 인간에게 강변하는군요.

우매한 인간인 나는 또 죽음까지 불사하며 사랑을 택하는 이야기에 감동하고 눈시울을 적십니다.


우산을 들고 나간 날은 역시나 비가 오지않네요.

이제는 가뭄이 아니라 홍수로 난리가 났어요.

하루 이틀 사이에 천지가 개벽입니다.


깨끗하고 싱싱한 맛있는 음식 드시고 무더운 여름 탈없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내 사랑하는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