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마당은 온통 풀밭입니다
우연히 먹이를 물고 가는 작은 개미 한마리를 발견하였지요
쌀알갱이처럼 생긴 먹이었는데 다른 생물의 알인지 풀씨인지 분간은 어려웠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열심히 달려가는지 그 종착지가 궁금하여 무려 30여분이나 넘게 인내하며 개미에 눈길을 고정하고 그 뒤를 쫓아 지켜보았습니다
풀이 듬성한 곳에서는 그 행동을 관찰하기가 쉬웠으나 무성한 곳에서는 그 행방을 놓치기도 하였지요
그 촘촘한 밀림을 뚫고 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하는 모습은 숭고하기조차 합니다
약 30여미터가 넘는 거리를 거의 일직선으로 도착한 곳은 이미 말라버린 풀포기 밑이었어요
풀을 살짝 헤쳐보니 개미굴이 있었습니다
至誠無息은 저러한 행동양식을 면밀하게 관찰한 후에 찬탄의 표현으로 만든 말이 아닐까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삶은 고단함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박정희는 어쨌거나 서민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하면 된다"
이 무모하리만치 황당한 구호는 뜻밖에도 서민들에게는 가난을 몰아내는 어떠한 성취의 희망이 되었고
권력이나 재물에 뜻을 둔 이들에게는 수단방법을 무시한 과욕으로 작용하여 우리사회의 커다란 아픔을 남겼습니다
노인들은 한달에 20만원의 연금을 주겠다는 박근혜의 공약에 눈깔이 뒤집힐 정도로 환호를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통령에 선출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요
박근혜는 박정희의 껍데기만 보고 자란듯 합니다
그럴듯한 말로만 원숭이를 달랜 저공의 속임수를 흉내내어 아주 효과적으로 써먹으며 대선의 성공을 거머쥔 박근혜는
돌연 유신을 강행한 아버지 방정희의 흉내를 내는 것은 아닌지 그의 통치가 허탈하기만 합니다
아 "나"는 지금 저 먼 옛날 저공의 조삼모사에 속아넘어간 어리석은 원숭이가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