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출발전.......
영옥이는 내가 열살부터 열다섯까지 우리집에 살면서 누나처럼 나를 잘 돌봐주었어요
아이들이란 나이를 불문하고 사귀기도 잘하고 싸움도 하면서 정이듭니다
그 애는 나보다 네살 정도가 많을 거에요
한방에서 잠을 같이 자기도 하고 수시로 다투면서도 잘 감싸주던 정이 많았던 기억입니다
우리집을 떠나서 서너해가 지날무렵 편지가 한통 날아들었습니다
시집을 갈거라고 마지막 부탁이니 누나라고 불러달라고 .....
아 그러고 보니 나는 끝까지 누나라고 부르지 않았나 봅니다
지독한 쇠고집에 똥고집이 나에게 있었나 봐요
10여년전에 영옥이가 살던 마을에 가서 오래된 원을 풀어볼까 나이든 모습을 상상하며 수소문하였는데
여지껏 못찾고 해원도 못하여 가끔 작은 부담으로 그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어린 기억은 평생을 좌우한다더니
내짝은 영옥이와 비슷한 행동패턴의 여성을 무의식속에 그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아웅다웅거리면서도 살가운 배려 또한 있었으니 말입니다
남녀가 만나서 오래도록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의 배려가 없다면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긴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서 보고싶다고 나홀로 메아리없는 투정을 부렸지요
그대의 모습에는 참 미안하게도 영옥이의 이미지가 서려있어 그놈의 정이란 것이 한없이 끌렸나 봅니다
그리움이란 알고보면 별게 아니더군요
모든 사람이 짝을 만나 살고 있지만 단언컨대 진정 원하던 짝을 만난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일 겁니다
이미 만연된 일이지만 신정아사건으로 불거진 이슈는 거창하게도 바람공화국이라더군요
사람은 기존의 짝이 있건 없건 가장 이상적인 짝을 만날때까지 방황하며 헤메인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은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간밤의 꿈속에 그대는 너무도 아름다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