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는 모릅니다 -
- 나는 아버지를 본적도 없습니다 얼굴도 몰라요 -
-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진화도 사랑합니다 -
실연일까?
건장한 청년이 갑자기 횡설수설하며 날뛰기 시작한 것은 30일 아침부터 였다
그를 보호하고있는 집에서는 온가족이 기진맥진할 정도로 이녀석 때문에 지쳐있었다
저녁을 먹으려고 출동하는데 난데없는 전화로 이녀석의 상태를 보러 가게되어 결국 날밤을 꼴딱 새었다
- 할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진화를 사랑합니다 -
아 이녀석은 진화라는 여자를 만났구나
- 만났습니다 술을 많이 먹었어요 진화랑 자고싶었지만 안잤어요 왜? 사랑하기 때문에 -
- 진화부모를 만났습니다 화를 내는 겁니다 왜 화를 내는지 나는 모릅니다 -
-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만나러 왔습니다 -
이녀석의 행동에 돌발적인 위험이 감지된다
멀쩡하던 녀석이, 31일 미국으로 돌아가야하는 녀석이 자신의 통제는 물론이요 타인의 말도 일체 듣지않는 무데뽀가 되다니
약을 쳐먹은 것이 아닐까?
"약을 먹었다면 시간과의 싸움인데 절대 혼자두면 안됩니다 깨어날때 고통때문에 무슨짓을 할지 모르거든요"
밤을 새는 한이 있더라도 꼭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밤새 약물에서 진정된다면 금방 정신이 돌아오니까 내일 출국은 지장없을 거예요
강제로라도 잠을 재워야하니까 안심하시고 돌아가세요 약에서 깨어나면 괜찮을 거예요"
미친놈을 힘으로 제압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강인한 훈련으로 다져진 건장한 몸을 가진 녀석이랴
하여튼 날뛰는 녀석을 셋이 달려들어 비틀고 누르고 힘을 쪽 빼게하고서야 항복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약에 취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밤새 잠 한숨 못자고 감시를 해야했다
빨가벗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하질않나 남자들만 있어 다행이지 좆을 내놓고 딸딸이까지 치고 지랄이다
정신이 조금 반짝하는 듯 하더니 이놈의 발광이 공격적으로 변한다
권투를 배우다가 말았다는 녀석의 가격은 상상외로 강한데다 방심을 틈타 한방 맞으니 통증이 대단하다
괘씸한놈 같으니라고...
몇년만 젊었어도 뒈지게 팼으련만 참자 참자를 연방하며 또 누르고 비틀고를 되플이한다
요녀석 이제는 요령까지 터득해 간다
가만히 누워있다가 잠잠해지면 실눈을 뜨고 기회를 살펴 벌떡일어나 난리를 치는거다
새벽 다섯시까지 녀석 곁에 서서 어슬렁거려야 했다
밤새 레슬링 비슷한 씨름을 수차례 헉헉대며 하고나니 지치지 않을 수 있겠나
참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고등학교때 여자친구가 있었어요 할머니와 어머니가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며 반대했어요 -
- 저는 거짓말을 했어요 거짓말은 나빠요 내 체면을 세우려고 거짓말을 했어요 -
- 한번 거짓말을 하면 자꾸 하게돼요 용서하세요 -
- 고등학교때 여자친구랑 매일 잤어요 엄마랑 할머니가 좆을 가지고 장난치면 나쁜애라고 했어요 -
- 아버지가 보고싶어요 -
- 진화야 사랑한다 진화야 사랑한다 진화야 사랑한다..... -
- 해가 동쪽에서 뜬다 해를 바라 보라 해가 동쪽에서 뜨지요? -
- 나는 미국사람이고 한국사람이고...... 내가 누구지요? -
-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
- 아저씨는 누구세요? -
중국말을 좀 배웠다고 이제는 알수없는 중국말을 짓거린다
한밤중에 이녀석의 한국체류에 온 정성을 쏟은 가족에게서 문자가 온다
아이가 좀 어떤가요?
이녀석이 어릴때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의 가족인 외가에서 성장을 하였나 보다
사춘기를 거치며 아버지의 부재를 깊게 절감하였나 보다
할아버지도 어릴때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엄마의 품에서 남자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한마디도 얻어듣지 못하고 컸나 보다
하나님이 그 아들 예수를 죽였듯이 자신도 아버지의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되는가 보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였다고 입만 열면 주절거린다
밝아오는 아침에 한바탕 막판 씨름을 하고 반쯤 돌아온 정신에 호소하듯 억지로 설득하여 30분간 재웠더니
땀을 흠뻑 흘리고 벌떡 일어나 내가 왜 이러고 있느냐고 반문한다
지독하게 오래가는 약물증상에 낙관은 사라지고 귀국을 늦춰 병원응급실로 데려가야했다
이놈은 저 지독한 약물로 과연 천국을 경험하였을까?
그렇다면 나는 24시간을 지옥을 경험한 것일까?
예기치못한 일들이 늘 일어난다
세모에 가까운 지인과 느긋하게 저녁식사라도 하려고 별렀는데 너무 미안스럽게 허사가 되었고
또 꼭 보고싶은 님과도 새해인사를 나누지 못하였다
천국인지 지옥인지을 헤메던 저 미친녀석 때문에
유추를 해본다
미국에서 하던 버릇대로 액스터시를 쳐먹고 진화라는 아이와 색스를 하려했던 것은 아닐까?
이 영악한 놈이 약을 어렵게 구입하여 그 아이에게 제안을 하였는데 강하게 반발하여 미수에 그치자 혼자 다 쳐먹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는 실연을 하였다고 방방 날뛴 것은 아닐까?
또 자라나면서 쌓여있던 쓰디쓴 기억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은 아닐까?
에프엠 라디오가 한몫 단단히 하네?
한밤중 이녀석 잠잠한 틈에 졸음을 쫓을 양으로 소리통을 귀에 댔더니
공교롭게 베토벤 교향곡 9번 전악장을 실황녹음으로 들려준다
고요함속에서 오로시 감상하는 즐거움을 다 누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