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시작된 김장의 서막입니다. 마늘을 까라는군요. 물에 담그지 말고 마른 채로 까라고 합니다. 명령에 복종해야 뒤따르는 잔소리를 줄일 수 있어요. 겉껍질은 그런대로 잘 벗겨지는데 투명에 가까운 속껍질은 얄미울 정도로 까다로워요.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두운 굴속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으로 백일을 버티면 된다는 말에 곰과 호랑이는 결연한 의지로 백일기도를 시작하였지만 호랑이는 불과 열흘만에 포기하고 곰만이 백일을 버텨내 인간이 되었다는 설화는 우리 시조 신화의 바탕이지요. 지조가 대단한 요조숙녀의 모습과도 같은 마늘이 있는가 하면 헤퍼도 너무 헤픈 여인과 같은 마늘도 있군요. 껍질이 하얀 속살에 딱 달라붙어 요리조리 굴려가며 어렵게 벗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마늘쪽을 쪼개는 과정에서 저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