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4

북방의 겨울

휴전선 부근의 도로는 온통 분칠이 되어있었다. 연이은 한파로 쌓인 눈이 뭉쳤었나 보다. 눈녹이는 화공소금을 얼마나 뿌려댔는지 대형 덤프트럭이 쌩쌩 달리기라도 하면 하얀 가루가 뽀얗게 안개처럼 퍼진다. 북방의 도로는 대로 소로 할 것 없이 하얗다. 한탄강 임진강은 눈에 덮여 흡사 거대한 백사가 꿈틀대는 듯하다. 만주 청나라 철기병은 꽁꽁 언 강을 달려 건넜다지? 큰소리만 칠 줄 알았던 인조는 그래서 천추에 씻을 수없는 치욕을 당했다지? 꼬맹이 물정 모를 적에 손발에 동상을 달고 지냈는데 아무리 기상이변이라지만 이제 그 엄혹한 추위는 자취를 감추었다. 때문에 이상한 독감은 거듭 기승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 -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 - 우리 속담은 아픈 가슴을 달래주려는 애틋함이 서려있는데.... "이미 골..

카테고리 없음 2022.12.30 (6)

일꾼의 ...

12월 초순 김장을 했지요. 변강쇠 닮은 젊은 총각이 김장을 돕겠다고 나타났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흙투성이 무를 씻어야 하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밖에 있는 수도를 녹여 돕도록 하였지요. 아 그런데 맑은 물에 담긴 무의 모습이 묘합니다. "총각이 무를 빡빡 문질러 잘 씻더라니.... 그래서인가 꼿꼿하게 섰네?" 올해의 김장은 힘들었어요. 작년에 비해 지원군이 부족하고 그나마 나이 드신 분들이 주도하여 겨우 마쳤습니다. 샛별 같은 젊은 총각은 힘든 일을 도맡아 손발이 척척 맞게 힘이 되어주었지요. 그대는 내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기쁨을 안겨주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청춘의 의미를 늘 일깨워주기도 하고 그 모습 생각만으로도 미소가 떠올라요. 아주 특별합니다. 올해도 다 지나가네요. 내내 무탈하시기 바랍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2.28 (1)

마늘

드디어 시작된 김장의 서막입니다. 마늘을 까라는군요. 물에 담그지 말고 마른 채로 까라고 합니다. 명령에 복종해야 뒤따르는 잔소리를 줄일 수 있어요. 겉껍질은 그런대로 잘 벗겨지는데 투명에 가까운 속껍질은 얄미울 정도로 까다로워요.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겠다고 했을 때 어두운 굴속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으로 백일을 버티면 된다는 말에 곰과 호랑이는 결연한 의지로 백일기도를 시작하였지만 호랑이는 불과 열흘만에 포기하고 곰만이 백일을 버텨내 인간이 되었다는 설화는 우리 시조 신화의 바탕이지요. 지조가 대단한 요조숙녀의 모습과도 같은 마늘이 있는가 하면 헤퍼도 너무 헤픈 여인과 같은 마늘도 있군요. 껍질이 하얀 속살에 딱 달라붙어 요리조리 굴려가며 어렵게 벗기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마늘쪽을 쪼개는 과정에서 저절..

카테고리 없음 2022.12.06 (9)

고구마

먼 해남 땅에서 아주 맛있는 고구마를 보내왔어요. 뜨거운 바람으로 요리하는 기구에서 달콤한 군고구마를 조리해먹는 맛이란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분량이 대략 한 달 쯤의 간식거리로 지속되지요. 그런데 생물 고구마는 보관조건에 따라 변화가 일어납니다. 막판까지 남은 쭈글한 고구마는 겉보기엔 멀쩡한데 군고구마의 형태에서 겉과 속이 판이함을 보여줍니다. 완전히 썩어버렸다면 그냥 버려졌을 텐데 형태가 온전하니 구이통에 들어가 군고구마로 변신하고 식탁에 올려져요. 껍질을 벗기고 한입 물면 그 맛이 오묘합니다. 썩기 직전의 경계선상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맛이 꽝이고...... 조조가 닭갈비를 뜯으며 먹지도 버리지도 못했던 옛이야기가 스칩니다. 그때는 양수의 모가지가 날아갔지요. 간밤의 꿈은 참으로..

카테고리 없음 2022.12.0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