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5

표고버섯

송이가 으뜸인 줄 알았다. 재철이는 버섯 중에 으뜸은 능이라는 것이다. 능이가 어떻게 생긴 버섯인지 알지도 못하던 때였는데 그는 일 능이, 이 송이, 삼 표고라고 선언하듯 말하였다. 휴전선 근처 시골 산 아래 외딴집에서 "표고버섯을 좀 땄는데 가져다가 찌개에 넣어 드시라"며 버섯 몇 개를 투명 비닐에 담아 주신다. 바로 딴 것처럼 신선하다. 표고버섯의 맛을 처음 보는 느낌이랄까 표현 불가의 오묘한 신비스러운 맛이 감지된다.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은 특별한 곳에서 자라나서일까? 재철이는 무수히 많은 버섯 중에 능이 송이 표고를 최고라고 칭송하였다. 30여 년이 지나 비로소 그의 말에 수긍하게 되었다. 올해의 서리버섯은 때를 놓쳐 수확을 망쳤다.

진실게임 2022.11.30

몽중유희夢中遊戱

늦가을 볕이 좋은 날 찬바람이 분다 한 시간 넘게 전철과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시골집 차고 앞에 승용차 한 대가 떡하니 서있다 전화와 문자를 번갈아 보냈지만 묵묵부답 자동차를 포기하고 친구에게 작은 오토바이를 빌려 오랜만에 차량이 많은 도로주행을 했다 바람이 참 시원하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깊은 잠에 빠졌나 보다 오매불망 그리운 님이 꿈에 보이고 애증 가득한 핀잔을 들으며 시달렸는데 깨어나니 이미 오페라 전막이 다 지나갔다 핑커톤을 애타게 기다리며 부르는 '초초'상의 애절한 아리아가 은은하게 울려 퍼질 때쯤 꿈에 그리운 님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핀잔을 퍼부었나 보다 몹시 그립다

새 카테고리 2022.11.21

천벌天罰

소주를 한잔 하자며 내놓은 안주가 청계 달걀. 나이가 얼추 늙어 일손을 다 놓았다는 그. 누군가 찾아오면 소탈하게 대접하는 모양새가 이렇다. 자칭 신선이란다.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단다. 어리석은 나는 아직도 일손을 놓지 못하고 세속을 헤매고 있다. 또 걱정이 많다. 이태원 참사로 꼭지에 오른 분노가 삭혀들 질 않는다. 귀신(雜鬼)은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하늘(백성)을 우습게 알다니 금쪽같은 젊은이 158명을 죽여놓고 저들의 하는 꼬락서니가 꼭 하늘의 벌을 부르는 것 같다.

카테고리 없음 2022.11.17

발색

간밤에 꿈을 꾸었다. 해몽이랄 것도 없이 희미하다. 말코비치가 열연한 클림트 영화를 본 탓인지 오후의 햇살을 받아내는 은행잎이 그의 황금색 그림을 불러낸다. 전과 17 범인 희대의 사기꾼이 미국엘 갔단다. 어떻게 갔을까? 의문이 증폭되고 또 증폭되어 일파만파 쌍둥이 빌딩이 테러에 붕괴된 후 철저한 신원조회로 악명 높은 미국의 법망을 어떻게 뚫었을까? 광화문 시위를 위해서라도 부디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시라. 이토록 아름다운 시기에.

카테고리 없음 2022.11.14

배반背反 또는 배신背信

얼추 추스려진 듯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내내 억울하다. "국민 국민 오직 국민을 위해 진력을 다 하겠다." 무능의 극치를 보는 듯한 정치꾼들의 말에 순진무구한 국민은 그 말에 신뢰를 보탰다. 백성이 하늘이요 하늘이 백성이라는 옛말이 옳다면 오늘날의 국민은 하늘이요 하늘이 국민이다. 하늘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순수할 뿐이다. 순수한 하늘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자들이 곡필을 일삼은 언론이라면 그래서 저 무능한 각자위심의 정치꾼들이 양산되었다면 직필 아닌 곡필을 휘둔 언론과 무능한 정치꾼에 대한 하늘의 심판은 마땅하다. 그렇게 국민 국민 국민을 위한다더니 생때같은 새파란 생령들을 죽음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위령은커녕 조소에 가까운 표정 하며 가식의 꼬라지들에 하늘의 억장이 무너졌다. 국민을 하늘이라 여기..

새 카테고리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