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거의 일정한 시간에
땅속 혜화역에서 공원 쪽으로 나온다
비가 쏟아지는 날
모처럼 시원해진 선선함에
축축한 짜증은 사라지고
첫사랑 청량한 모습처럼
삿뿐 걸음이 가볍다
팔뚝에 은색 털 한가닥이
10cm가량 넘게 자라나
연원이 무엇일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
온몸에 털을 두른
인간에 가까운 원숭이의
유전질 한가닥이
하필 맨질한 오른팔에 솟았나 보다
권좌를 차지한 요즘의 인간들
하는 짓이 꼭 원숭이를 닮아
흉내만 열심히 낸다
말로는 정치 구단 뺨치는 것 같지만
행태는 정말 유치하고 쪽팔린다
바둑에 비유하면 구급에도 못 미치고
장기판의 졸만도 못하다
정신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