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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쟁이. 빤쓰. 팬티

jaye syo 2018. 10. 31. 22:46

- 빤쓰를 입지않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 혹여 있을까?


종로 5가에는 온갖 종류의 상품(특히 의류)을 싼값에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1만원에 4개짜리 사각빤쓰를 10여년전에 사다가 입었는데

너무 낡아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어제 볼일이 있어 종로에 나가보았더니 지금은 면으로 만든 사각빤쓰가 1만원에 3개라고 하네?

그냥 밖에서 몇장 골라 계산을 하였더라면 1만원으로 또 몇년 버텼으리라.

가게 안으로 성큼 들어서니 가지런하게 개어져 한상자에 3개씩 들어있는 빤쓰가 줄줄이 눈에 띈다.

무심코 가격을 물으니 예쁘장한 점원이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마음에 드는 것을 먼저 고르란다.

머뭇거리는 나를 발견한 어떤 할머니 손님 왈 "비싼게 좋아요. 비싼걸로 사입으세요" 하신다.


비싼 것?

면으로 된 만원에 세 개짜리 빤쓰면 족하련만

뭔 지름신이 강림했던지 "어떤 것이 좋은 것이냐"고 묻고 말았다.

아뿔사.


3개에 4만 5천원.

점원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장 좋은 것이란다.


강남의 빌딩 부자는 점포 하나에서 일년에 억대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그 비싼 임대료를 감내하면서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속내는 또 어떻게 생겼을까?

은행이 있던 자리에 명품속옷 가게가 들어왔단다.

프랑스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유명 브랜드 속옷이라는데

팬티 하나에 1백 5십만원이라네?

팬티 어디엔가 금테를 둘렀나?

백오십만원이 중간 정도의 가격이란다.

만원에 3장짜리 빤쓰를 선호하는 나는 가늠이 안되고 아리송하다.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대체 좋은 팬티는 뭐가 어떻게 좋은지 궁금하던 차에

그 허름한 가게에서 가장 비싸다는 빤쓰를 무심결에 샀나보다.

감촉이 다르긴 다르네?

이런 촉감 때문인 것은 아닐테고

저 백만원을 홋가하는 팬티의 비밀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우리의 순수한 고쟁이는 집에서 손수 지어 입었던 속옷이라서 값을 메길 수는 없겠으나

아마도 가장 헐값이라해도 과히 틀리지 않으리라.

가장 흔한 빤쓰.

만원에 3장짜리는 대량생산의 산물이라서 서민들의 애용품쯤으로 역시 값이 헐하다.

강남의 고급 브랜드 팬티.

강남 부자들만의 전유물쯤으로 서민들은 감히 상상도 못하는 그야말로 귀물.

"날개돋힌"듯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팔리니까 비싼 임대료 감내하는 것 아닐까?


허유처럼 귀를 씻어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