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챙피해서요.
내가 좋아서 결혼을 했거든요.
그때는 그 남자가 그렇게 좋았으니까요.
애가 생기고 나서 처음 그 남자는 본색을 드러냈어요.
치가 떨리는 구박을 이를 악물고 참았어요.
내게는 지옥인 이 사람이 남에게는 천국이예요.
내식구가 아닌 남에게 간 쓸개 다 빼주면서
마누라 새끼가 있는 가정은 손톱밑에 때꼽재기였지요.
이혼요?
천번 만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이 인간 죽어도 이혼은 안된다네요.
술은 왜그리 처먹는지
차라리 과부가 되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 세월이 삼십년예요.
하늘도 무심했지요.
요즘 귀신은 뭘먹고 살까요.
자나깨나 내가 왜이럴까 싶어요.
지금쯤 이분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생노병사는 그 어느 누구도 비켜가지 않는다.
그 옛날 동족상잔의 비극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슬픈 기억의 과부가 넘쳐났었다
오늘날 천국과도 같은 현실에서 과부가 소원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요지경 같다.